calvin.kim
2020. 5. 6. 16:57
조그만 나는 무서운 게 많았다.
달리는 것보다 생각하는 게 좋았던 아이는 그래서 꿈꾸기를 좋아했다
방구석에서 우주를 상상할 때면 마냥 신났다.
아직 보지 못한 것들을 그리며 예정되지 않은 미래의 가능성에 아이는 행복했다.
젊은 나는 무서운 게 없었다.
머리 쓰기에 능한 젊은이에게 지금 세상은 좋은 놀이터였다.
강인한 두 날개에는 힘이 넘쳐 더 높이 나는 이들조차 전혀 두렵지 않았다.
언젠가 창공을 지나 어린 시절 꿈꾸던 우주를 날거라 확신했다.
늙어가는 나는 두려움을 느낀다.
행여 저 거센 바람에 쓰러져 내 뒤를 천진하게 따르는 조그만 내가 다칠까 너무나 무섭다.
더 이상 꿈꾸지 못해도 괜찮다.
저 높은 언덕 위로 작은 나를 무사히 데려가면 족하다.
자꾸 삐걱대는 날개가 제발 버텨주기를 소망하며 오늘도 무거운 몸을 채찍질한다.
끝을 앞둔 나는 안식을 얻을까.
저 앞에서 거침없이 초원을 질주하는 완성된 나의 분신을 바라보며 안도감을 느낄 수 있기만을 바란다.
그리고 언젠가 이 고된 여정을 말없이 동행해준 그녀의 손을 꼭 잡고 마지막 숨을 쉴 수 있기를 기도한다.
Fin.
반응형